밴쿠버에 거주하는 축구팬입니다. 쟤들 방송을 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나네요. 특히 황인범에 대한 집중 분석이 돋보였고 이강인을 혼자 막아낼 풀백이 우리에게는 없다며 협력수비를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저기서 한국 사람들 인터뷰를 했는데 다들 자기들이 멕시코한테 질거라는 겸손한 대답들을 하더라며, 저렇게 나오는 나라가 더 무서우니 절대 마음놓지 말자는 내용으로 방송을 마치네요. 어차피 조 1등보다 2등이 대진과 경기장 환경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데 그냥 포백 운영하며 공격적으로 한번 신나게 불질러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는 생각도 듭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홍명보의 연령대표팀 지도자 커리어는 20년이 조금 안된 것 같습니다. 당시 핌베어백 감독이 성인국대와 올대, 연령대 대표까지 다 맡고 있었던 것 같은데 베어백이 아시안게임 멤버 데리고 이란 원정간 사이 U-21 한일전을 홍명보 코치가 임시로 치뤘습니다. 그날 다이아몬드 4-4-2, 공격수만 다섯 명을 넣는 다소 기형적인 전술을 가동, 1-1로 이기진 못했지만 경기 내용 하나는 진짜 화끈했던 기억이 납니다. 홍명보라는 이름 자체에 이젠 무조건적 반사 마냥 거부감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건데 국민정서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착잡합니다. 클린스만에 100억 위자료 뜯기고 알거지 된 바보스런 축협이 그나마 차선으로 잘 구해 온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옛 봐라 전북 우승시키지 않았냐 하지만 전북은 원래 장기적인 투자에 강한 팀이고 홍명보도 울산에 17년만에 우승컵을 안긴 감독입니다, 게다가 2년 연속으로 안겼습니다, 심지어 한국축구에 더욱 익숙한 감독이고 그옛날 허정무호 이래 처음으로 최종예선 무패를 달성한 감독입니다. 2012 런던 동메달 이후 온 나라가 "홍명보를 국대 감독으로" 부르짖던 광기가 생각납니다. 그때 자기 안에 A대표팀을 이끌 동력이 없다며 고사하다가 매일 자기를 한국축구의 메시아로 올려치는 언론들이 부담스러워 당시 히딩크가 맡고 있던 러시아 안지로 자그마치 6개월을 피난을 떠났습니다. 그때까지도 감독 못뽑고 있던 머저리같은 축협이 브라질 대회 달랑 일년을 남겨놓고 막 귀국한 홍명보에 너밖에 없다며 감독직을 뒤집어 쒸웁니다.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그나마 파악되어 있던 올대 멤버들을 넣으니 그때까지 칭송하던 무리들이 엔트으리 어쩌고거리며 난도질이 시작됩니다. 토지 매입에 본인 서명이 필요하대서 간 걸 포착해서 마녀사냥을 벌이고 축협 오래 있었으니 넌 축협의 개라 합니다. 러시아전 아쉽지만 잘 싸웠고 벨기에전 축구팬과 전문가 누구나 패배를 예상했습니다. 알제리전 전반전 3골에 때려죽일 역적이 됩니다. 귀국 전 선수들에게 폭포 보여줬다고 뻔뻔스럽다며 또 깝니다. 공항에서 엿을 먹고 사임합니다. 자꾸 포옛 포옛 얘기들 하시는데 무슨 근거로 그분이 대한민국을 북중미 본선으로 여유롭게 이끌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고 기량의 이승우를 안 넣었으니 국내리그를 무시했다는 비난도 봅니다, 그저 누굴까서 열등하고 한많은 자기인생 화풀이하고픈 잡소리입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개인 의견이지만, 세계무대 앞에 내놓을 대표팀이라면 감독도 결국 자국민이 하는 게 맞다 봅니다. 크라머 비쇼베츠 히딩크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어백 슈틸리케 감독님들께 고맙지만 저분들이 특별히 우리나라 축구풍토의 무슨 근본적인 체질을 확 바꿔놓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김정남 김 호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신태용 등도 허접한 행정의 피해자들이었을 뿐 나름대로 훌륭한 감독님들이셨습니다. 다만 지금 홍감독이 실력도 없는 주제에 연줄 잘써서 취업 잘한 낙하산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박문성 신문선 달수네라이브 등 아주 각잡고 홍명보를 매주 비난하는 것 하나에 시간을 많이 쓰는 채널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저들이 하나의 조직화된 세력은 혹시 아니려나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황금세대 황금세대 말은 많지만 이번 시즌 흥민선수, 인범선수, 강인선수와 민재선수 등 주력자원의 폼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많은 축구팬들의 염려가 있었죠, 언론들이 최고의 선수들이라며 극찬하는 것과는 별개로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요리해 먹기에 그렇게 신선한 재료들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이번 체코와의 경기로 그런 우려는 어느 정도 날려버리지 않았나 싶기는 하지만. 체코전 후반 30분을 넘어가며 헐떡이던 이한범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스러웠습니다. 내일 멕시코 선수들의 기동력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지 솔직히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김민재가 두세 명을 혼자 막을 순 없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쩌자고 김태현선수의 발목까지 돌아갔는지, 넘쳐나는 미드필드에 반해 수비는 그야말로 아홉명의 야구단이요 다섯명의 농구팀 같습니다. 16강에 오를지 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홍명보는 자기가 내년 사우디 아시안컵까지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걸 아마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월드컵 16강에 오른건 히딩크, 허정무와 벤투 달랑 셋입니다. 자신이 네 번째가 될 수 있기를 누구보다 본인이 간절히 바라겠지만 혹시 성공시킨다 해도 칭송받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저 내 나라이고 우리 팀이기 때문에 마음 다해 응원하자는 말이, 그 단순하고 촌스러운 정서가 왜 깨이지 못한 유치한 소리로 폄하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깔건 까야 한다는 논리인데 들어보면 딱 자본가 척살하고 뺏은 돈 나눠갖고 신나게 잔치하자는 볼셰비키 혁명이론 같습니다. 세계레벨 팀들 앞에 당당히 나가게 된 것 자랑스럽습니다. 본선이 시작되며 황인범이 뛰던 이곳 MLS 화잇캡스 구장 BC 플레이스 주변에도 활기가 돕니다. 산꼭대기에 솦을 깎아 만든 공간에 커다란 캐나다 국기가 새겨지는 진기한 장면도 저번 주부터 보게 됩니다. 1차전을 1-1로 비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도시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 대진에서야 멕시코월드컵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최고 실력의 청년들이 나라를 대표하여 세계 앞에 맞서려 먼 길을 날아왔다는게 여기 이사와 살아가는 교민들 입장에선 가슴벅찬 일입니다. 온 나라와 언론이 죽일듯이 달려들어 까고 있지만 홍명보는 대한민국 축구의 보물입니다. 1998년 차범근을 그딴 식으로 매장해 버린, 소위 깨인 여론이라면 이번에도 멕시코전 이후 홍을 목자르고 아로소 코치로 남아공전을 치르는 꼬라지가 다시 나지는 않을지 대회 전엔 염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 이번의 2-1승리같은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또다시 홍명보를 비난할 건덕지를 찾아헤멜, 사회와 자기 가정에 도움 안되는 늑대같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가의 수준이 바로 그 국민의 수준이듯 그건 리더를 기르는 방법이 아닙니다. 홍명보는 사람 키워낼 줄 모르는 척박한 나라에서 그나마 오랜 시간 준비된, 찾기 어려운 훌륭한 역량의 국내 감독입니다. 1차전의 승리로 조별리그 통과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축구의 언제나의 염원, 월드컵 16강입니다. 선수로써 월드컵에 네 번 나가 은퇴를 앞둔 마지막에야 홈에서 한번 누렸던 영광이 재현될 수 있기를. 1990년 대학생 신분으로 나갔던 이탈리아 대회에서 2026년 북중미까지, 아마도 축구인생 마지막이 될 국가대표의 여정이 행복한 결말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꼭 16강을 성공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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